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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7일(금)

[스포없는리뷰]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황정민 이정재로 속죄하다

2020-08-0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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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피서물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멋쟁이 액션물의 탄생
|고급 장신구 이정재와 아킬레스건 드러난 황정민
|아드레날린 부르는 두 죄인의 격돌…죄의 해소이자 속죄의 대리전


[김영재 기자] 암살자 인남(황정민)은 은퇴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마지막 청부로 ‘인간 백정’ 레이(이정재)의 친형을 죽였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상황이 급변한다. 방콕에 간 인남은 꼭 찾아야 할 것이 있고, 또 레이의 마체테도 피해야 하는 진퇴양난에 빠진다.

마태복음 6장 13절에도 등장하는 주기도문의 한 구절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를 제목에 그대로 차용한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감독 홍원찬)’는, 총과 칼, 폭탄이 난무하는 액션 영화면서 인간의 속죄에도 관심을 표하는 소위 문무를 겸비한 영화다.

비디오 게임의 QTE가 떠오르는 두 주인공의 ‘스톱 모션’ 주먹다짐은, 중간중간 극장을 진공 상태로 만들며 액션에 ‘멋’을 입힌다. 영화 ‘본’ 시리즈 따라잡기에 여념이 없는 여타 액션 영화와 결이 다르다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멋진 자동차 추격 신을 선보이겠다는 일념에 갇히기보다 그 자동차를 이용해 어떤 액션을 선보이겠다는 사고의 전환도 돋보인다. 모두 홍경표(영화 ‘유령’ ‘태극기 휘날리며’ ‘태풍’ ‘곡성’ ‘기생충’) 촬영 감독과 배일혁(영화 ‘신세계’ ‘무뢰한’ ‘아가씨’) 조명 감독의 공이다. 전체 분량의 약 80%에 달하는 태국 촬영분은 이질적이기보다 이국적이고, 그래서 그 결 다른 액션과 보조를 이룬다.

이럴 필요까지는 없다는 피해자의 절규를 차용하면서까지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안톤 쉬거(하비에르 바르뎀) 역과의 비교에 자신감을 내비친 배우 이정재. ‘태양은 없다’ 때에 버금가는 패션의 향연 및 몸을 사리지 않는 액션 연기로 그만의 사이코패스 살인자를 완성했다. 본작이 “시원한 여름 영화”로 인정받는 데는 그가 연기한 레이의 다대일 액션 신이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한다. 다만 레이는 영화 ‘관상’ 수양대군과 ‘암살’ 변절자 등에 비해 악역으로서의 매력이 덜하다. 화려하나, 알맹이가 없다. 정곡을 못 찌른다. 중심이 레이가 아니라, 인남이라서다. 레이는 인남을 돋보이게 하는 최고급 장신구다.

영화 ‘신세계’에 이어 어제의 동료와 재회한 배우 황정민은 극 중 표준어 구사가 어색하다. 분명 인남인데, 자꾸 정청이 떠오른다. 그 탓에 연이은 살인으로 몸도 마음도 피폐해진 한 남자의 괴로움은 극에 스며들지 못하고 휘발된다. 영화 ‘공작’ 때만 해도 공작원 흑금성과 사업가 박석영을 구분하는 도구로 잘 작동한 표준어가 이번에는 아킬레스건이 되고 말았다. 대신 후반부 감정 신은 베테랑답게 능히 해냈다. 전반과 후반이 서로 유리된 까닭은 이 영화가 멋과 스타일에 목을 맨 작품이라는 것을 역설적으로 증명한다.

한편, 죄를 가진 인물이 타인을 구하고 본인도 구원받는다는 이미 영화 ‘레옹’ ‘아저씨’ 등에서도 등장한 바 있다. 영화 ‘테이큰’의 잔향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레이의 입을 통해 자업자득을 강조, 나름의 차별성을 구축한다.

인남에게 레이는 “난 너와 연관된 인간들을 모두 죽일 것”이라며, “전부 네가 자초한 일”이라고 말한다. “이렇게 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 않냐”고도 한다. 과연 인남은 선(善)이고, 레이는 악(惡)일까. 인남이 방콕에서 생(生)을 좇으면서 또 사(死)에 쫓기는 까닭은 그가 타인의 생을 강제로 마감시켜서다. 레이도 인남도 결국 본질은 살인자다. 둘의 운명이 한데로 수렴하는 일은 ‘구명(救命)으로 구원받다’는 일방적이고 폭력적인 정의를 넘어 인간이 그의 죄를 속죄할 수 있는 최고의 형벌은 하나뿐이라는 것을 가리킨다.

과연 하늘에 계신 아버지(하나님)는 우리 인간의 번민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 에덴동산으로부터 시작된 원죄에 이어 자의적으로 저지른 본죄(자범죄)까지 인간에게 죄는 피고, 공기고, 일용할 양식이다. 그리고 흥건한 땀과 유혈, 이국의 흙먼지가 뒤섞인 두 수컷의 격돌은 그 죄의 극단적인 해소이자, 속죄의 영화적 재구성이고, 일종의 대리전이다.

물론 관객은 인남과 레이의 싸움이 두 죄인의 싸움이라는 것을 인지할 필요가 결코 없다. 다시 말하지만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여름마다 개봉하는 액션 영화다. 무념무상으로 아드레날린에 흠뻑 젖으면 그만이다. 어쩌면 이 원초적 오락 영화에 원죄론을 들먹이는 것은 인간이 생에서 저지르는 수많은 죄 중 하나일 테다. 이렇듯 인간은 매일 죄를 짓는다. 15세 관람가. 108분. 손익분기점 350만 명. 순제작비 140억 원.

(사진제공: CJ엔터테인먼트)

◆2017년 12월부터 연재된 ‘스포없는리뷰’가 8월1일부로 막을 내립니다. 영화는 기대와 설렘, 감동과 흥분을 그러당기는 공감의 매체입니다. 영화로써 행복했고, 때로 황홀경에 다가서기도 했습니다. 그동안 본 연재를 애독해 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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